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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호] 아시아 생명정보의 도약: 제22회 CJK(China-Japan-Korea) 생명정보 심포지엄 참석기
  • 작성자 김혜린 (KOBIC 연구원)
  • 작성일2025-11-24 00:00:00
  • 조회수65
  • 댓글수0

2025년 11월, KOBIC 대표단을 포함한 한·중·일 생명정보 전문가들이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 한단캠퍼스에서 개최된 제22회 CJK(China-Japan-Korea) Bioinformatics Symposium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1905년에 설립된 푸단대학교는 베이징대·칭화대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연구 중심 대학으로, 경제의 심장부인 상하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거닐어 본 상하이는 뉴욕을 떠올리게 할 만큼 초고층 스카이라인과 서양식 역사 건물들이 공존하는 도시였고, 거리와 공기도 예상보다 매우 깨끗하고 활기에 차 있었습니다. 특히 도시를 다니는 차량의 대부분이 전기차여서 더욱 놀라웠습니다.

 

Shanghai Society for Bioinformatics가 주관하고, China National Center for Bioinformation(CNCB, 중국), National Institute of Genetics(NIG, 일본), Korea Bioinformation Center(KOBIC, 한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이번 행사는 ABC(Asia Bioinformatics Consotium) 시리즈의 22번째 행사로, 2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 국가 간의 생명정보학 협력 및 연구 네트워크 강화를 이끌어 오면서 생명분야 데이터 과학 협력의 상징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은 Shanghai Society for Bioinformatics Annual Conference와 병행 개최되어 기초 연구부터 AI 응용 바이오정보학까지 폭넓은 범위를 다룰 수 있었습니다. “AI-driven Omics, Clinical Integration, and Cross-border Data Standards”라는 핵심 주제 아래, 세 나라의 연구자들은 최신 AI 기반 오믹스 해석기술, 데이터 표준화, 그리고 정밀의학 응용 전략을 공유하고 데이터로 연결되는 생명과학 협력 생태계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번 회의는 최신 AI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생명정보 응용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특히, 개회 세션의 기조강연에서는 CJK 3국의 연구 방향이 AI, 데이터 융합, 표준화라는 세 가지 공통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현지 참여자를 위해 중국어로 발표가 이루어졌지만 AI를 이용한 실시간 번역(자막)이 제공되기도 하였습니다.

 

Xi’an Jiaotong University의 Kai Ye 교수는 유전체 데이터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딥러닝 모델로 해석하는 혁신적인 분석 패러다임인 ‘Seq2Image’라는 접근법을 소개하며 복잡한 생물학적 정보 해석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한국 측 연자로 나선 서울대학교 황대희 교수는 오믹스와 임상 데이터를 성공적으로 통합하여 구축한 정밀의학 모델 구축 사례를 발표하며 AI가 의료현장에 미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영향을 시연했습니다. 이러한 유전체 및 영상 데이터를 융합 분석하는 방법론은 향후 한국 내 생명정보 분석 플랫폼 고도화 사업 추진 시 구체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정밀의학 데이터 연계 연구를 위한 국내 병원 및 연구기관 협업에 국제 사례를 제시할 자료가 될 것입니다. 

 

심포지엄의 또 다른 주제는 국제적인 데이터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협력 체계 구축이었습니다. 일본 NIG의 Masanori Arita 교수는 국제 시퀀싱 프로젝트의 성과를 공유하며, 데이터베이스 간 상호운용성과 메타데이터 표준화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각국이 보유한 방대한 생명정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데이터 처리 및 공유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표준화 없이는 연구 결과의 재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범국가적인 공동 연구 역시 그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CJK 3국은 상호보완적 연구 역량을 극대화하고, 아시아 바이오 데이터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이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이번 학술행사에서는 Young Scholar Session을 통해 학문 후속 세대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KOBIC의 추천을 받은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단일세포 오믹스 분석, RNA 구조 예측, 인공지능 기반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 모델링 등 국내 연구 역량을 대표하는 최신 연구 주제를 발표하며 활발히 교류했습니다. 이 세션은 단순한 학술 발표를 넘어 차세대 연구자 간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출발점이 되어 앞으로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 생명정보학자 양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KOBIC은 이번 출장 결과를 바탕으로 단기적으로는 학회에서 얻은 최신 동향을 공유하여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아시아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한 실무 협의 근거로 활용할 것입니다. 특히, AI의 바이오 데이터 활용 공동 연구 등에서 이번에 구축된 협력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연구 지원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한국 생명정보학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강화하는데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KOBICian’s story는 KOBIC 멤버가 직접 작성하는 현장감 넘치는 글로서 KOBIC의 업무 방향이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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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은 AI 시대 정밀의료 혁신의 중심축입니다. 21세기에는 데이터가 생명을 이해하는 언어이며, 인공지능은 그 언어를 해독하는 통역자입니다. 이 사업은 국민의 혈액, 조직, 임상정보, 유전체 및 오믹스 데이터를 통합해 국가 차원의 바이오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료 시스템과 오랜 세월 축적된 개인 의료정보라는 독보적 기반 위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국제적 의미가 큽니다. 우리나라는 공공의료의 신뢰성, 기술 인프라의 완성도, 그리고 의료 데이터에 대한 국민적 신뢰라는 장점을 고루 갖춘 나라로, 바이오·헬스 AI 산업을 세계 수준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드문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은 전 국민을 아우르는 건강보험 제도와 체계화된 국민건강검진 시스템이라는 강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진료 기록, 질병 발생 이력, 처방 내역은 물론 정기검진에서 얻는 생체 지표와 임상정보를 장기간 축적해 왔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특정 시점의 의료 데이터를 단편적으로 보유한 데 그친다면, 우리는 국민 개개인의 생애 전반에 걸친 정밀하고 종단적인 건강 이력을 구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데이터는 AI를 통해 질병의 발병 위험을 예측하거나, 치료의 장기적 효과를 분석하는데 필수적인 자산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데이터는 ‘양’보다 ‘질’에서 탁월하며, 이 고유한 축적 구조가 바로 한국형 AI 정밀의료의 엔진이 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의료 데이터 활용에는 여전히 높은 규제의 벽이 존재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생명윤리법 등은 개인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장치이지만, 실제 연구나 산업 현장에서는 이 규제가 외국보다 더 엄격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의 GDPR은 명확한 동의 체계를 전제로 한 ‘활용 중심’의 모델을 구축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보호 중심’ 규제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우수한 의료 데이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구나 산업적 혁신으로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제도, 즉 신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개방 모델의 설계가 시급합니다. 국민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투명성과 통제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연구자와 기업이 공익적 목적 아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의 진정한 혁신은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오믹스 데이터를 결합함으로써 시작됩니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의 병합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 규명부터 예방, 진단, 치료까지 전 과정을 새롭게 재편하는 지식의 융합입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생활습관, 환경 요인을 AI가 통합적으로 분석하면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국내 모 병원에서 위암 환자의 유전체 변이와 장기간 임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생존율을 예측한 사례[참고]는, 한국형 데이터의 정밀성과 잠재력을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구가 더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연구 목적에 따른 데이터 접근 절차의 합리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진정한 자산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 인력도 필요합니다. 유전체 서열을 정제하고 표준화하며 주석을 달아가는 과정에는 생명정보학자, 임상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큐레이터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업합니다. 이들은 AI가 학습할 수 있는 고품질 데이터를 정제하는 엔지니어이자, 국가적 지식자산의 조형자입니다.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데이터를 해석·관리·활용하는 새로운 직군을 탄생시킵니다. 특히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과 생활양식을 반영한 국민 맞춤형 생명정보 자산을 구축하여, 서구 중심의 데이터 의존도를 낮추고 생명정보 주권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적·제도적 규제 개선과 함께 데이터 과학 인재 양성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병행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AI 시대 정밀의료의 실험실이자 모범국가로 자리 잡을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독보적인 종단(장기간에 걸친) 임상 데이터, 최첨단 유전체 정보, 그리고 이를 엮어내는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이 삼위일체로 작동할 때, 우리는 단순한 기술 수용국을 넘어 글로벌 헬스 데이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활용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신뢰 기반의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데이터의 품질과 접근성을 지키는 국가 관리 체계, 이를 운영하고 혁신으로 전환할 전문 인재 생태계가 함께 구축된다면, 그 순환 구조는 곧 한국형 의료 AI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AI와 인간, 기술과 윤리가 조화를 이루는 미래 — 그것이 우리나라가 세계를 향해 그려가는 지능형 바이오헬스 시대의 지도입니다. 데이터로 그리는 생명의 지도!

  • 작성자양진옥 (KOBIC 책임연구원)
  • 작성일2025-11-17
  • 조회수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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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즘 몇 개월째 취미 차원에서 몰두하고 있는 일은 MIDI와 관련한 간단한 DIY입니다.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란 전자 악기 간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83년 여러 기업이 모여 제정한 국제 표준 규약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채널 1번에 할당된 어쿠스틱 피아노의 C4 음을 벨로시티 64의 강도로 4분음표만큼 지속하라”라는 명령어·데이터 계층, 그리고 이를 각 기기 간에 전송하는 물리적·전송 계층을 동시에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채널은 16개, 즉 음원의 동시발음수 제한 이내에서 최대 16개의 서로 다른 악기의 소리를 낼 수 있으며 채널 10번은 드럼에 해당합니다.


MIDI는 음악을 다루는 데이터와 전송 방식에 대한 규약이지만 그 자체는 음성 신호가 아니라 ‘연주 이벤트’입니다. 여러분의 컴퓨터가 Windows를 기반으로 작동되고 있다면, C:\Windows\Media 폴더를 한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flourish.mid, onestop.midi, 그리고 town.mid라는 MIDI 파일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 더블클릭하면 Windows Media Player가 열리면서 기본적으로 내장된 소프트웨어 음원(Roland GS Wavetable Synthesizer)에 의한 재생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 DIY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던 모든 분야를 한곳으로 집대성하는 취미의 통섭(統攝, consilience)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초보자 수준이지만 악기 연주, 컴퓨터 활용, 전자회로 만들기, 챗GPT를 이용한 코딩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중학생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취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다가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어 한데 모여서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나온 지 40년이 넘은 MIDI 1.0은 UART라는 직렬 통신 방식을 이용하여 5핀 원형 DIN로 초당 31,250비트의 데이터를 단방향 전송합니다. 오늘날의 기가비트 이더넷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지요. 요즘 웬만한 MIDI 기기는 서로 간에 USB로 접속을 하거나 심지어 블루투스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2020년에 채택된 최신의 MIDI 2.0라 해도 하위 호환성을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MIDI 1.0에서는 소리의 세기 등 대부분의 연속적인 값을 7비트(0-127) 범위로 양자화하지만 음악적 표현력을 크게 해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단순함 때문에 요즘의 PC나 휴대폰과 비교하면 정말 초라한 ‘8비트 16MHz의 두되’를 갖는 아두이노 나노(Arduino Nano)와 길어야 수백 줄~1천여 줄의 C++ 코드, 그리고 가내수공업 수준의 납땜으로도 MIDI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코드는 챗GPT를 살살 구슬리면 알아서 잘 만들어 줍니다.


민간협회에서 먼저 제정되어 널리 쓰이던 MIDI 규약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2017년 발행한 국제표준인 IEC 63035:2017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비록 MIDI 1.0에서 표준으로 삼은 전송 기술 자체는 낡은 것이 되었지만, 음악 데이터의 작성과 교환 및 상호운용성 측면에서는 이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표준 규약을 준수하여 만들어진 음악 데이터는 어떤 음원 장비에 전송을 하여도 동등한 소리로써 연주를 함을 뜻합니다. 엄밀히 말해서 MIDI 음원(MIDI sound module)이 실제로 내부 샘플로 갖고 있는 소리의 품질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피아노 연주 데이터는 피아노 소리의 같은 곡으로 재생됨을 의미합니다.


MIDI 1.0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서로 다른 악기들이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전자악기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체가 독점적으로 주도한 것이 아니라 공동의 합의로 만들어졌으며, 이러한 개방형 표준의 정신은 오늘날 오픈 사이언스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표준화된 음악 정보는 음악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MIDI와 관련한 DIY 작업을 하면서, 이는 마치 KOBIC이 몸담고 있는 바이오 데이터의 활용 생태계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포맷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때로는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퇴출되었다고 생각한 기술이 다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MIDI와 같이 열린 표준은 세대를 넘어 전승되고 있습니다. 


오픈 사이언스의 핵심 축 하나는 연구 결과물의 무료 공개 및 재사용입니다. MIDI 포맷으로 만들어진 음악 데이터의 상호운용성은 확실히 보장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를 중앙집중적 리포지토리에 모두 모아서 무료로 공유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순수 창작물로서 MIDI 파일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MIDI는 개방형 인프라와 사유 재산권이 조화를 이루는 모델을 제시한 것입니다.


MIDI는 기술 표준으로서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음악이라는 예술과 어울려져 함께 작동하는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오픈 사이언스가 꿈꾸는 것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각자의 창의력을 존중하는 세계는 음악과 같이 영원히 조화롭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 작성자정해영 (KOBIC 센터장/책임연구원)
  • 작성일2025-11-10
  • 조회수125
  • 댓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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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팅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회는 미국에서 열리는 SC(Supercomputing Conference), 유럽에서 열리는 ISC(International Supercomputing Conference)가 있습니다. 슈퍼컴퓨팅 분야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조사, 대학, 연구소 등 많은 기관과 단체가 참가하는 이 두 가지 학회는 전시회 등을 통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종 세미나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까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ISC2025에 참석하여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ISC2025는 슈퍼컴퓨팅 분야의 최대 학회라는 명성 그대로 배울 것이 많은 학회였습니다. 특히 두 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GPU와 냉각 방식이었습니다. 2017년도 SC에서는 제조사에서 저마다 특성을 갖춘 최신 장비를 전시하였던 반면, 올해는 자신들의 장비나 제조사를 내세우기보다 모두 NVIDIA와의 관련성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NVIDIA랑 더 친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 GPU 확보 경쟁이 치열합니다. 서로 더 많은 GPU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 KOBIC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GPU는 AI, 3D 렌더링, 딥러닝 등 관련 고부하 연산으로 인해 전력 소모가 막대하고 발열 관리가 중요하므로, 냉각 대책을 잘 마련해야만 합니다.

 

냉각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공랭식, 수랭식, 액침냉각이 있습니다. 첫 번째, 공랭식 방법은 차가운 공기로 장비를 식히는 방법으로 현재 KOBIC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공랭식 방법은 구조가 단순하여 비용이 저렴하고 유지보수가 쉽지만 냉각효율이 떨어지고 균일한 냉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KOBIC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겨울철에는 바깥의 차가운 공기로 서버실을 냉각하고 있으며, 컨테인먼트를 활용하여 냉기를 가두고 골고루 냉각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수랭식 방법은 말 그대로 차가운 물 또는 액체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수랭식 방법은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Chiller(냉동기), 냉각탑과 같은 장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CDU는 냉각수를 세밀하게 조절해서 서버에 일정한 온도, 유량으로 공급해주는 장치이며, Chiller는 서버로 들어가는 냉각수(Chilled Water)를 열교환을 통해 차갑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또한 냉각탑은 Chiller에서 열교환을 통해 생긴 더운 냉각수(Condensing Water)를 물의 증발을 통해 다시 식혀 Chiller에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결론적으로 Chiller에서 차가워진 냉각수(Chilled Water)를 CDU를 통해 서버 내부에 순환시켜 발열이 심한 부품을 직접 냉각하는 방식이며, 누수의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산 분야에서는 이 방법을 수랭식이라고 표현하지만 인프라 분야에서는 다르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랭식 방법이라고 해서 냉각탑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보통 Chiller에서 열교환을 통해 발생하는 열을 물의 증발을 통해 식히기 위해서 보통 냉각탑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냉각탑 없이 Dry Cooler라는 녀석을 통해 물의 증발 없이 외부의 찬 공기만으로 냉각수(Condensing Water)를 식힐 수도 있습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전자를 수랭식, 후자를 공랭식이라고 표현합니다. 용어의 차이 때문에 항온항습기 관련 회의를 진행할 때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세 번째는 액침냉각 방식입니다. 특수한 냉각유에 전산장비를 직접 담궈 냉각하는 방법입니다. 냉각유는 전기가 통하지 않지만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흡수하는 특수한 용액으로 열교환기를 통해 냉각됩니다. 액침냉각용 전산장비는 팬이 없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공기 흐름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 비용이 높고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공랭이냐 수랭이냐는 단순히 냉각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유지보수, 에너지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균형잡힌 데이터센터의 운영 방식을 결정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GPU 시대의 경쟁력은 단지 장비의 성능이 아니라 안정적인 냉각,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그리고 이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민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KOBIC에서는 그러한 관점으로 ‘공랭이냐 수랭이냐’의 문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답을 찾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KOBIC의 열정만큼은 식지 않을 것입니다.

  • 작성자이방혁 (KOBIC 연구원)
  • 작성일2025-11-03
  • 조회수140
  • 댓글수1